tic-for-tac
2020/02/09 22:40
게임이론을 따르는 인간관계 전략
#tic-for-tat#게임이론#인간관계

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체포되어 서로 다른 취조실에서 격리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자백여부에 따라 다음의 선택이 가능하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나머지 한 명이 10년을 복역해야 한다.
  • 둘 모두 서로를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둘 모두 5년을 복역한다.
  • 둘 모두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둘 모두 6개월을 복역한다.

형식을 조금 변경해서 게임으로 변형해보자. 두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 둘 다 침묵을 선택하면 각 3점씩, 한 명이 배신을 하면 배신한 사람만 5점, 둘 다 배신을 하면 각 1점씩 주어진다. 이 게임을 반복적으로 계속 했을 때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일까?

위의 내용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죄수의 딜레마이다. 그리고 이 죄수의 딜레마를 반복적인 게임으로 변형 했을 때 가장 강력한 전략 중의 하나가 바로 tic-for-tat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시작은 침묵(신뢰)이다. 그리고 처음 상대의 결과에 따라 나도 대응한다. 즉 상대가 침묵을 했다면 다음엔 나도 침묵을, 상대가 배반을 했다면 다음엔 나도 배반을 선택한다. 이는 단순하지만 다른 더 복잡한 전략들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죄수의 딜레마란 결국 두 사람의 상호 신뢰에 따른 개인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단순하지만도 않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의 하나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단하지만 강력한 tic-for-tat 전략도 마찬가지로 단순 게임에서만 유용한 전략이 아니다.

난 이 전략을 인간관계에서 활용한다. 정확히는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사람들에 대한 호불호가 개인적인 기준으로 쉽게 갈리는 편이다. 그리고 기준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대우는 첨예하게 다르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나중에 이 사람과 어떤 관계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 자칫 어떤 인연을 흘려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 tic-for-tat이 적용되는 것이다. 일단 울타리 안으로 분류한 후에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상대에 따라 나도 맞춰진다. 결과적으로 남아있든 나가든 정리가 된다. 심플하다. (물론 실제는 더 많은 상황과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단정짓기는 힘들다.) 또 이와 유사한 것이 각종 종교나 철학에 나오는 바로 황금률이다. 가장 익숙한 말을 들어보자면 기독교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가 있다. 그리고 이전글 내용과도 어느정도 통하는 부분이다.

갑자기 tic-for-tac을 떠올리게 된 건 최근의 경험 때문이다.
짧지 않은 시간 알고 지냈던 누군가를 함께 만났다. 대화가 이어지지만 들리는 그의 말에는 혼자만 힘들어 알아달라는 어리광, 한 편으로 상대적으로 뛰어난 점은 과감히 드러내며 일반적으로 뭉뚱그려 그 조건에 못한 사람을 무시한다. 함께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같은 생각이 든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그냥 웃어버렸다. 한 번이라면 그저 웃고 지나가지만, 어린 아이가 아닌 이상 반복이 되면 듣는 것도 지친다. 이러다 보니 이제 그만 정리 해야하나 싶었다.

관계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좋으면 좋았지 나쁠게 없다. 하지만 이처럼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경우에는 뭔가 썩 좋지 않은게 사실이다. 이럴 땐 많은 생각이 든다. 남들은 웃고 넘기는데 내가 민감한 건지, 왜 그렇게 변했을까 혹은 원래 모습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질까. 관계를 한 쪽의 일방적인 역할이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의 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반성을 한다. 하지 않아야지 했던 다짐들이 무색했던 순간들, 알게 모르게 던져버린 말 들. 피해주지 않고 살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같다. 혹시라도 피해자가 되었던 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