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물
2020/05/03 21:25
위스키와 술에 관한 몇가지 상식
#위스키#증류주#

어릴 땐 그저 아무 생각없이 마시기 위해 마시는게 술이었다면 이젠 즐기기 위해 또 가끔은 취하기 위해 잔을 든다. 그리고 소주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맥주의 배부름을 피할 다른게 필요 했고 그러다 위스키를 만나게 됐다. 아직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중이지만 되짚어 볼 겸 간단한 상식이나 용어들을 정리해 본다.

술의 종류

술은 크게 발효주(양조주)와 증류주로 나눌 수 있다.
발효주는 말 그대로 곡물이나 과일등을 발효 시켜서 만드는 술이다. 흔히 마시는 맥주나 막걸리, 청주, 포도주 등이 발효주에 포함된다. 발효를 통해서 만들 수 있는 술은 20도 정도까지 밖에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증류를 통해 더 높은 도수의 술을 만들 수 있다. 이게 바로 증류주로 우리나라의 소주, 그 외에 위스키, 코냑, 보드카, 고량주 등이 있다. 이런 증류주를 spirits(가열시켜 뽑혼만 뽑았다는 의미)이라고 부른다.

증류주의 종류

소주: 청주를 증류하여 만든 술을 의미한다. 예로 화요나 안동소주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참XX나 처음XX같은 소주는 증류 후 희석시킨 희석식 소주다.
위스키: 주로 보리나 밀, 옥수수 같은 곡물로 만든 증류주를 의미한다. 최근에 유행을 일으키는 몰트위스키는 주로 스카치 위스키이고, 이 외에도 미국, 일본 등 여러 곳에서 만들어 진다. 흔히 양주로 알려진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도 위스키에 속한다.
코냑: 포도주를 증류시켜 만든 브랜디(과일을 재료로 만들어진 증류주를 일컷는다)이다.
보드카: 러시아의 증류주이다. 일반적으로 투명하고 냄새가 없는 편으로 칵테일에 자주 사용한다.

생명의 물

증류주의 정확한 기원은 없지만, 증류 자체는 아주 오래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세기 이집트에서 향수를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이것이 증류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12세기 연금술에서 증류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유럽의 증류주들인 북유럽의 아쿠아비트(Aquavit), 위스키의 어원인 우스개바흐(Uisce beatha), 보드카의 기원인 지즈 데냐 보다, 프랑스의 오드비(Eau de vie). 이 모든 명칭의 의미는 바로 생명의 물이다. 영어의 스피릿이나 우리나라의 약주라는 단어도 그 의미를 다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증류주(위스키)는 처음엔 술이 아닌 페스트의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위 목록에는 없지만 진 또한 처음엔 네덜란드에서 의약품으로 판매 되다가 술로 바뀌게 된 경우다. 술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술과 함께 섞어 마시는 토닉워터 또한 애초엔 그 안의 퀴닌 성분으로인해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됐었다. 토닉의 뜻이 강장제의 의미를 가지게 된 기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술이 지금은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위스키

위스키는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에 요즘 한참 유행이 되고 있는 몰트 위스키가 있다. 이는 재료를 통해 구분하는 방식으로 크게 몰트(싱글몰트) 위스키, 그레인 위스키, 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눌 수 있다.
위스키는 처음엔 맥아(보리)로 만들었다. 그래서 때론 맥주를 증류시켜 위스키를 만든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이 맥아만을 사용해 만든 위스키가 몰트 위스키이다. 그리고 한 증류소의 몰트위스키를 담은 것을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몰트 위스키라고 하면 싱글몰트를 의미한다. 값비싼 맥아 대신 밀, 호밀, 옥수수 등의 곡물로 만든 것이 그레인 위스키이다. 그레인 위스키는 주로 몰트를 사용하는 스카치 위스키에서 구분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이외의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다른 곡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구분하지 않지만 이들도 그레인 위스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스키를 대중화 시키는데 일조한 블렌디드 위스키가 있다. 말 그대로 여러 위스키를 섞는 것으로 몰트 위스키에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다.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이 이 블렌디드에 속한다.
미국에서도 재료를 통해 옥수수를 주로 사용하면 버번 위스키, 호밀을 주로 사용하면 라이 위스키 등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하지만 분류가 많고 즐기기 위해서 그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몰트 위스키

몰트 위스키도 지역에 따라 제조 방식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주로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서 생산이 되는데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입에 맞는 위스키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아마 가장 큰 맛의 차이라고 하면 피트향일 것이다. 피트는 보리를 건조할 때 석탄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석탄이 되기 전의 상태의 퇴적층을 의미한다. 이 피트향이 얼마나 맞는지에 따라 위스키 취향이 갈리게 된다.
위스키는 전쟁과도 크게 관련이 있다. 애초의 위스키는 석탄을 사용해 피트향이 없는 투명한 증류주였다. 하지만 잉글랜드와의 전쟁으로 인해 석탄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대신 피트를 사용했고 그러면서 피트향이 첨가된다. 또한 전쟁 후 과세를 위해 술에 과도하게 세금을 매기면서 몰래 숨어서 만들고 보관하기 위해 당시 흔하던 셰리통(와인을 숙성하는)에 보관하면서 나무의 향과 색이 첨가되 지금의 색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술을 만들 때 사용한 통을 재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를 사와서 사용하는데 이에 따라서도 맛과 향이 달라지게 된다. 보통 셰리를 사용하면 과일향이나 달달한 맛이 첨가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드라이한 맛이 나게 된다. 간단하게 위스키의 역사와 종류를 알고 마시면서 본인의 입에 맞는 위스키를 찾아가는 것도 나름 위스키를 마시는 한 가지 재미이다.

간단한 용어들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가격 때문에 직접 사서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세금에 의해 바에서 마시는 위스키의 가격이 직접 사는 가격의 최소 2배를 넘어간다. 하지만 처음 입문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에는 바에 가서 한 잔씩 마셔보는 것이 좋다. 이 때 기본적으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다.

니트(neat): 보통 스트레이트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다. 스트레이트는 미국에서 유래된 말로 스코틀랜드에서는 니트라고 한다. 위스키의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전용 니트잔이 별도로 있다.

업(up): 니트와 동일하지만 술을 얼음과 섞거나 차게 한 것을 업이라고 한다.

샷(shot): 샷 글래스 한잔을 샷이라고 한다. 서부시대 돈은 없지만 총알은 있던 시절 총알 하나로 살 수 있는 술의 양을 의미한데서 유래했다.

싱글/더블/트리플: 샷의 잔 수를 의미한다. “스카치 스트레이트 더블 업”이라고 하면 스카치 위스키 샷 두잔을 차게 해달라는 의미이다.

온더락(on the rock): 얼음을 바위(또는 다이아몬드)에 비유한 말로, 큰 얼음을 넣고 마시는 방법이다. 그대로 마시는게 적응이 어렵다면 온더락으로 차게해서 마시면 좀 더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백(Back): 바에서 주문한 술을 보완하는 다른 글래스의 담겨져 나오는 주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물이나 소다등을 주문하고, 술을 마신 후 마시거나 백을 술에 넣어서 함께 마시기도 한다.

체이서(Chaser): 도수가 강한 술을 마신 후에 즐기는 물이나 맥주 같은 음료를 의미한다.

라스트 콜(Last Call): 마지막 주문을 알리는 콜이다. 이 이후에는 추가 주문을 하지 않는게 예의이다.

웰 드링크(well drink): 바에서 사용하는 저렴한 술을 의미한다. 칵테일을 만들 때 특별히 지정하지 않으면 바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렴한 술로 만들어 준다.

콜 드링크(call drink): 웹 드링크과 반대되는 말로 특정 브랜드의 술을 사용해서 만드는 칵테일을 의미한다. 웹 드링크에 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하우스(house): 현재 있는 바 또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보통 하우스 와인, 하우스 비어라는 말은 흔하게 듣는다.

버진(Virgin): 술을 넣지 않은 칵테일을 의미한다. 칵테일을 버진으로 달라고 하면 술을 넣지 않고 준다.

막테일(mocktail): 버진이 기존의 칵테일에서 알콜을 뺀 것과 다르게 막테일은 논알콜 칵테일 자체를 의미한다.

스퀴즈(squeeze): 과일의 즙을 짜는 것을 말한다.

필(peel): 과일의 껍질을 의미하고 칵테일 장식으로 사용한다.

술을 되도록 안마셔야지 하면서 가끔씩 생각날 때는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도 오늘은 생각만하고 글로 대신하는 중이다. 그래도 남은 술 병은 조만간 또 비워지겠지. 생명의 물 함께 마실 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