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부터 출근을 하는 줄 알고 있다가 다시 재택근무 연장 공지를 받았다. 정상 출근으로 전환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납득하지 못하는 의견들이 꽤 있었다. 난 출근 자체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다시 번복하면서 정상출근으로 전환을 결정했던 근거로 원격근무의 어려움이라고 나열된 내용들이 오히려 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쓰다보니 이후에 쓴 내용이 참 많았는데 말을 줄였다.) 그런 것 보다 그냥 이러저러한 상황을 고려해 더 나은 방향으로 결정을 바꿨다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 그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다.
참고로 내 주변엔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최근 몇주 동안이 오히려 그 전보다 확진자 발생 문자가 더 자주 날아왔다. 또 하나의 걱정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사람들의 위기의식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가끔 밖을 나가면 식당이나 카페에 사람이 넘쳐난다. 오히려 마스크 대란이 없어진 지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원격근무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전부터 원격근무를 지향했던(하지만 하지 못했던) 입장에서 왜 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었다. 내가 내렸던 결론은 결국 신뢰의 문제였다. 그리고 아마 문화적인 영향도 있을 거라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상앞에 앉아 있거나 눈에 보여야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일의 효율성보다는 노력같아 보이는 퍼포먼스를 중요시 한다는 거다. 물론 들이는 시간이 결과로 이어지는 일부 업들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젠 그렇지 않은 곳들이 더 많다.(그리고 그런 곳들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거다.) 실제로 이전 회사에서는 야근을 많이 한 사람들의 순위를 매겨서 상품을 준다거나 처리한 지라 이슈 갯수로 성과를 측정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일하다 쓰러져 봤니 따위의 말을 하는 리더도 있었으니 그 말을 건너 들었을 땐 정말 최악이다 싶었다. 배우들이 죽어도 무대에서 죽겠다는 말을 한다곤 하지만 그 말은 배우가 해야지 감독이 해서는 안될 말이다.
간혹 농담 처럼 하는 말이지만 내가 월급을 줘야하는 사장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결국 신뢰가 있다면 가능하다는게 결론이다. 무엇에 대한 신뢰인가도 중요하다. 물론 각 개개인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조직적인 차원에서 결과 즉 성과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해보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험을 해버렸다. 비록 준비없이 시작되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겪기 전의 걱정이나 미지의 두려움이 경험만으로 많이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결과를 내는데 공간이 필요 없다면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도 이득일 테고 말이다. 제대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도입을 해서 실행을 한다면 지금보다 효율성이 올라갈 건 당연하다고 본다. 물론 출근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그저 출근을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회사에서 하고 있는 자율출근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코로나가 물러가더라도 이런 변화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자유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 내 스스로 나에게 맞는 환경을 직접 만들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인한 선순환. 아마 이번을 계기로 그런 시기가 좀 더 빠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