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놈될 안될안
2020/03/29 22:00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안된다.
#될놈될#된일된

오랜만에 학교 선배이자 직장 동기였던 형을 만났다. 최근 이직을 준비한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항상 흘러가는 주제가 있다. 현재의 상태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 나아가기 위한 노력과 스스로에 대한 위안 같은 것들 이었다. 이전에도 그리고 요즘에도 나도 들고 있는 생각들이라 많은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한참 얘기를 하다 헤어지고 집에 와서 알람을 확인하다가 짧은 글을 하나 보게 됐다. "될 놈은 되고, 될 일은 된다"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피드를 넘기고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리고 다시 찾을 수가 없어 정확한 문장은 옮기지 못하지만, 될 일은 결국엔 된다. 하지만 해봐야만 될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은 접어두고 열심히 해봐라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내가 받아드린 의미는 이렇지만 실제 문장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언젠가 나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자주 하던 비슷한 말이 있다. 될놈될 안될안(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안된다). 겉으로 느끼기엔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실제로는 다른 의미를(적어도 나한테는) 가지고 있는 말이다. 처음 저 말을 떠올리게 된 건 고민을 좀 줄이고 실행에 자신감을 갖기 위함이었다. 원래 성격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일에 최악을 포함한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거나 안될 상황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만으로 이미 결론을 내버리고 고민만 하다 지치는 경우가 많았다(물론 아직도 그런 편이기는 하다). 그래서 부담을 내려놓고 일단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해보자는 일종의 마인트 컨트롤을 위함이었다. 실제로도 많은 도움이 됐었다.(물론 근거있는 자신감인 경우에)

그리고 요즘 다시 필요한 말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인지, 코로나 때문에 오는 불안함인지, 몸 상태가 별로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걱정과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면 봄이라 그런건가. 여튼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명확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일상이 대부분이 집이고 일 그리고 운동을 제외하면 딱히 하는게 없다 보니 다른 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은 많이 나는데 막상 뭘 해야 할 지를 정할 수가 없었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하고 싶고 관심 가는 것도 많다. sensitive, multipotentialite 같은 말로 좋게 지칭하기도 하지만 그건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나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생각많고 선택장애를 가진 몽상가에 불과하다. 여튼 행동을 하기 위해선 선택 그리고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했다. 최근에 여러번 접했던 루틴과도 비슷할 듯 싶었다.

난 행동을 하는데 있어 외적인 요인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편이다. 마치 이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 것 처럼. 요인이야 다양할 수 있다. 사람이 될 수도 아니면 돈 혹은 다른 보상일 수도. 최근 알게 된 어떤 앱의 컨셉이 “돈을 걸면, 습관이 만들어진다”였다. 격하게 공감이 됐다. 그래서 나도 이것들을 종합해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가볍게 아침부터 시작해서 반복적이고 필요한 일들, 그리고 좀 더 장기적으로 하고 싶거나 해야할 일들까지. 올해 들어서도 생각만 하고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차피 될 놈은 되고 될 일은 되게 되어 있다. 마음 먹었으니 일단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