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부터 일본에서 지내는 후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곧 와이프가 한국으로 들어와야 해서 같이 들어올 계획이라면서 이직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일본으로 취업해서 계속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회사나 상황들은 잘 모르기에 궁금한 것 들이 많은 듯 했다.
연락은 가끔씩 했지만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고 그동안 어떤 커리어를 쌓아왔는지 알 지 못해 우선 그런것들을 정리해보고 좀 더 자세한 얘기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참고차 다른 사람들이 작성 한 것들과 이전에 만들어 뒀던 내 포트폴리오와 경력 기술서를 전달해 줬다.
다음날 다시 연락이 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그 동안 자기가 했던 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고. 다들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는 생각이 났다. 아마 나도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였을 거다. 그동안 내가 한 일들을 떠올려보면 뭔가 그렇게 대단한 일들 같지 않고 그냥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을 보면 잘 이해도 안가고 나보다 대단한 일들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후배에게는 우선 이직 준비 보다는 그동안 해 온 것들을 돌아보고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나도 그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됐었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남들을 보듯이 남들도 나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도 잘 하지 못하는 거라 말하면서도 어색했다.
나도 그렇고 내가 아는한 그 후배도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물론 단순 자기 만족이나 합리화는 아니다. 어쨋든 더 나은 삶을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순간 내 존재는 한 없이 작아진다. 내가 누군가를 보고 하는 생각을 누군가 나를 보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또 비슷하게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쓴 다는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처럼 누군가의 긍정적인 기대나 판단은 나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그 정도가 적절해야 하고 스스로의 노력이 받침이 되어야 한다. 나도 그런 효과를 어느정도 보면서 살아가는 편이다. 지나친 의식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그 기대에 부응을 하기 위한 노력으로 어쨋든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 볼 때는 진짜 그 사람이 아닌 내 마음을 통해 누군가를 판단하게 된다. 같은 사람에 대해서 각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 다른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나를 바라볼 때도 그 사람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객관화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결국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건 결과적으로는 내가 바라보는 타인 그리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만드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점 갈수록 타인의 시선에 많이 노출되고, 의식을 하게 되는 세상이다. 각종 SNS나 온라인을 통해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을 가꾸기에 바쁘고, 구독과 좋아요 갯수가 밥벌이와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나를 포함한 세상에 대한 나의 시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