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wn Wall 그리고 Free Solo
2020/06/21 22:45
클라이밍 영화 두 편
#free-solo#dawn-wall#climbing

운동을 쉰지도 한 달이 지나간다. 상태로 봐선 이젠 슬슬 시작해도 되지 않나 싶지만, 재발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다 전에 들었던 영화라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야겠다 싶어 찾아봤다. 처음엔 프리솔로를 보려고 하다가 던월이라는 영화를 먼저 보는게 좋다는 얘기에 순서대로 두 편을 봐버렸다.

일단 던월,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엘 캐피탄이라는 암벽이 있다.(맥북 배경화면 바로 그곳이다.) 높이가 무려 910미터나 되는 곳으로 위에 올라서 내려다 보는 것 만으로도 어마무시 할 것 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Dawn Wall이라고 불리는 벽이 있다. 일출시 빛이 가장 빨리 닿는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벽은 다른 곳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끈해서 주인공인 토미 콜드웨로가 케빈 조거슨이 등반하기 전 까지는 아무도 오른 적이 없는 벽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이지만 정말 왠만한 영화보다 더 숨죽이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대단한 점은, 토미 콜드웰은 이 벽을 정복하기 위해 수년간의 연구와 시도를 통해 루트를 찾아내고 도전을 했는데, 멀쩡한 상태로도 힘든 도전을 한쪽 검지가 없는 상태에서 했다는 것이다. 클라이밍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손가락 하나에 의지하는 힘이 엄청나다. 이게 없다는건 사실 엄청난 핸디캡니다.

로프 하나, 암벽화와 초크, 테이프. 단지 이것만으로 32개의 피치를 번갈아 가면서 등반을 한다. 중간에 파트너인 케빈이 한 피치를 오랫동안 성공하지 못하자 기다리던 토미는 먼저 앞서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혼자 오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케빈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그리고 결국 둘은 처음으로 던월을 함께 정복한다.

프리 솔로,
클라이머라면 누구나 아는 알렉스 호놀드의 프리 솔로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던월에서 토미와 케빈이 한 프리클라이밍(안전을 위해 로프에만 의지해서 오른다.)도 대단 하지만, 프리 솔로는 그와는 또 다르다. 로프도 없이 다른 장비도 없이 혼자 맨몸으로 암벽화와 초크에만 의지해서 암벽을 오른다.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도 자체가 목숨을 걸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내용에도 나오지만 이름있는 유명한 클라이머들이 도중에 많이 추락을 하기도 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만이 답이다. 1mm의 작은 돌기에 온 몸을 지탱해서 올라가는 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공포심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단지 겁이 없어서 시도하거나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알렉스도 수 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 공포심을 이겨내고,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만 등반을 한다고 한다니 도전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다큐멘터리도 사실 결과를 모르고 제작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카메라에 완등이 담길지 죽음이 담길지는 모른채로 촬영을 시작한다. 죽음의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기에 촬영을 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준비과정과 일상 생활부터 오르는 과정까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해하지 않으면서 도전을 카메라에 담아내야 하는 친구들도 대단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4시간도 채 안된 시간에 세계 최초로 엘 캐피탄의 프리솔로를 해냈을 때는 보고 있는 나조차도 짜릿했다.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왜 저들은 계속 오르려고 하는걸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한 번 더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단순이 오르는게 목표가 아닌 함께 오르는 것,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것. 보는 것 만으로도 전율이 오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였다.

글은 짧지만, 여운은 매우 길었고. 클라이밍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이다. 아마 반복해서 보게 되는 영화들에 함께 포함되어, 조만간 또 한 번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