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걸음
2019/09/01 21:31
과거의 내가 만든 현재, 지금의 내가 만들 미래의 나
#nukeguys

군대를 전역하고 졸업을 1년을 남짓 남겨두고 있을 때 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혼자 살아보겠다며 출가인지 가출인지 모를 독립을 했다. 물론 대학을 다니면서 기숙사와 자취를 하면서 집에서는 따로 떨어져 살고 있었고 기숙사비나 자취방 월세, 그리고 달마다 용돈을 받는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이 조차 끊어내고 경제적인 독립까지 시작했다.

당장 돈을 벌어야 겠기에 휴학을 하고 일을 구했다. 운이 좋게도 어떤 회사에서 구직사이트에 올려놓은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주저하던 내게 일 하면서 배우라며 기회를 주셨고, 그렇게 면접을 보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년 정도 일을 하다가 다시 복학을 했다. 학비는 어치파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월세와 생활비는 계속 필요했기 때문에 학기를 등록하고 바로 교내 알바를 시작했다. 운이 좋게 적지 않은 시급으로 교내 벤처에서 알바를 하게 됐다.

이 때 부터가 나에겐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학교 생활 그리고 졸업 후 취업만 단순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주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당장 해야하는 공부만 하면서 살아왔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난 무엇을 해야할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본격적인 방황의 시작이었다.

같은 학생신분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던 여러 사람들과 매일 어울려 다녔다. 그들 중에는 창업을 준비 또는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 난 왠지모를 막막함과 두려움에 직접은 하지 못하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거나 팀에 들어가 같이 준비를 해보는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난 마지막 남은 학기를 복학했고 생각보다 쉽게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서 졸업까지 이어졌다. 신입 사원이 되서는 입사성적이 좋았던지 남들보다 좀 더 나은 대우도 받고 인정을 받으면서 회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그 후로 두 번의 이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중에 잊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결과라는 것.

대학시절 정말 열심히 살았다. 휴학 전까지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휴학 기간에는 다른 길로 빠지기는 했지만 또 그 나름대로 열심히 충실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가 아마 남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쉽게 시작했던 첫 사회생활이었을 거다. 물론 그 때는 몰랐지만… 자만심에 더 이상 별 노력없이 안일하게 살았다. 그 결과가 어설픈 첫 이직과 그로인한 재이직.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군가는 지금이 뭐가 어때서? 라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그리던 30대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외적인 모습보다는 삶의 만족에 대한 부분이랄까.

분명 예전에는 더 열심히 했고,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데 혼자만 오랫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단순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아직도 난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목표가 없다보니 방향을 못정하고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바로 앞에 주어진 삶을 다시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만에 집에 다녀오면서 떠올랐던 잡념들이 집 정리를 끝내고 쉬면서까지 계속 이어졌다. 정리가 되지 않은 생각들을 짧은 글로 남기느라 글도 어수선하다. 이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