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런 이후로 뉴발란스 런온서울과 아디다스 마이런을 등록 했다가 일정상 취소하면서 오랜만에 달리게 됐다. 준비는 전혀 못하는 바람에 걱정이 많았지만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데다 오래 기다렸던 대회라 어떻게든 참가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미리 준비를 하던 찰나, 헬스장에 러닝화를 두고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말에는 문을 열지도 않기 때문에 가지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고민 끝에 오래 신을 생각으로 러닝화를 새로 샀다. 맙소사 간만에 쇼핑을 할 계획이었는데 대신 러닝화만 하나 더 생겼다.
아침일찍 일어나 말썽인 무릎에 테이핑을 단단히 하고 여의도 공원에 도착했다. 짐을 맡기고도 뭔가 모를 불안감이 계속 들었다.(자기 전에 본 오늘의 운세가 최악으로 나온 탓일거다. 일년 중 피해야할 서른날 중 하나라나…) 적당히 몸을 풀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줄 서 있는데 누군가 손을 툭 치고 지나가고 폰은 그대로 낙하. 역시나 안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건가, 그렇게 떨어 뜨려도 멀쩡하던 폰의 필름이 깨져 있었다. 순간 올라오는 감정을 다시 누르고 릴렉스. 액정이 안깨진게 다행이겠지… 액땜했다 치기로 했다. 왜인지 이런날은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게 좋을 듯 하다.
jtbc에서 주최를 해서 그런지, MC는 jtbc의 아들 장성규. 그리고 홍모 모델인 청하를 비롯해 여러 연예인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일부는 같이 참여도 한단다. 청하 얼굴도 구분을 못하는 판이라 관심이 1도 안갔다.
드디어 출발, 역시나 큰 대회는 정신이 없다. 10km 인원만 2만명이 넘고 4개 그룹으로 나눠서 달리니 어쩔 수 없다. 초반엔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달리면서 치고 간다. C그룹에서 달리다 보니 앞 그룹 마지막 러너들을 만난다. 또 막힌다… 이번에 사은품으로 준 러닝색 덕분에 노래도 듣고 기록 측정도 하면서 달리는데 이러다 늦게다 싶지만 페이스 조절이 안된다. 뛰다보면 막히고, 그렇게 좀 지나니 무릎이 말썽이다. 통증 때문에 속도를 올릴 수가 없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건지 매너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달리다 갑자기 제자리에 서버리고, 터널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러닝크루인지 주로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단체로 걸어간다. 결국 기록은 어느정도 포기하고 완주를 했다. 50분 하고도 많이 지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록증을 보니 50분 39초. 준비도 못하고 무릎도 상태가 안좋은데 나름 잘 나왔다 싶다가도 40분대를 못 들어가서 조금만 더 뛸 걸 하는 생각에 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스타일런 기록을 봤는데 50분 38초 54. 이렇게 똑같이 나오다니 신기하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역시나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 무릎이 또 고장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관절들이 참 고생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등록만 해놓고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준비도 없이 혼자 참가한 것 치고는 나름 잘 달린 것 같다. 올해 목표한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꾸준히 참여해서 달렸다는 점에 뿌듯했다. 바빠지기도 했고 클라이밍도 시작하면서 러닝을 못해서 이제 힘들겠다 싶었는데 하루 뛰고 나니 내년엔 좀 더 하는 욕심이 다시 생긴다. 이번 대회 모토가 “달리자 나답게” 였던가. 마라톤만 의미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보자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