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완벽주의에 대하여
2019/07/22 00:06
예능과 셀프 페인팅으로 자아성찰하기
#완벽주의#전지적참견시점#인테리어#페인팅

집에 TV가 없기도 하고 잘 보지도 않는데 오늘 아침에 우연히 예능을 보게 됐다. 한 때 자주 보던 전지적 참견 시점이었고, 게스트로 강진주라는 배우가 나왔다. 별 생각없이 보다가 문뜩 들렸던 말과 상황에 주말에 쳐진 몸을 움직이고 자아성찰(?)을 하는 계기가 됐다.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일을 할 때는 정말 열심히 몰입해서 다 쏟아내지만 정작 쉬는 기간에는 뭘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말에 매니저가 자기계발을 하라면서 이것저것 관심은 두지만 정작 제대로 끝내는 일은 별로 없다고 잔소리를 해댔다. 이 말에 강진주는 자신이 완벽주의가 있어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끝맺음을 잘 못한다면서 완벽하지 않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요상한 핑계를 들었다. 그런데 왠지 내가 하는 말인 것 같아 괜히 뜨끔했다. 이후 집이 나오면서 몇달 전에 시작했단 페인팅을 하다가 멈춘 현관문으로 주제가 바꼈다.

나도 어릴 때 부터 완벽주의가 있었다.(물론 어디서 과학적으로 측정을하거나 테스트를 해 본건 아니지만) 사실 완벽주의라기 보다 강박이었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양말 양쪽 끝의 높이를 정확히 맞춰서 올려 신느라 한참을 실랑이하고, 휴지를 접거나 종이를 접어도 항상 귀퉁이를 맞춰서 각잡고 접어야 하고, 가족들 다 보던 매직아이를 혼자만 못 본다는 사실에 잠도 안자고 밤새 눈을 모아서 책을 보던 이상한 강박을 가진 아이였다. 분명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을 거다. 뭘 하던 내가 만족할 때 까지, 남 보다 잘 할 때 까지, 끝을 볼 때 까지 해야하는 것도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성격이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이만큼(?) 되지 않았을까 싶긴하다.

마침 TV에 나왔던 페인팅을 나도 하고 있다. 처음엔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겠다며 맘을 먹고 역시나 잘해보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알아봤다. 그런데 준비를 하면 할 수록 모르는게 생기고 보기는 더 많아지고 그래서 뭘 해야하는지는 더 모르겠더라는게 문제였다. 아는건 더 많아지고 욕심은 더 커졌지만 막상 뭘 어떻게 시작할까, 그래서 뭘 할건데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힘든 것도 있지만 이게 잘 된건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야 하나? 그만해야 하나를 수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 겨우 이정도까지 오는데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불안과 걱정, 생각에 들였을 시간이다.

내가 생각하는 내 가장 큰 단점 중의 하나가 실행력 부족이고, 그 이유로 들면서 나를 정의하던 것 중의 하나가 불완전한 완벽주의자였다. 뭔가를 하면 정말 잘하고 싶고 뛰어나고 싶고 끝을 내고 싶어 한 없이 매달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하기가 점점 더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점점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잘할까를 오래 생각하게되고 그렇게 시간만 흐르다 시작을 못하게 된다.

과연 완벽함이란 마치 영화 위플래쉬에서 처럼 지독하게도 지향해야 하는 이상일까,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행복하기 위해 지양해야 하는 현실일까? 두 가지 입장(또는 해석)에 대한 책들도 많고 강의나 이야기들도 주변에서 쉽사리 들을 수 있다. 세상에 완전함은 없다는 생각으로 현실에 만족하자고 하지만 막상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모순적인 몹쓸 습관이 오히려 완벽함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 완벽함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된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완벽함이란 대부분 결과에 대한 정의로 보여진다. 하지만 완벽해지고 싶다는 것은 단순 어떤 사건의 결과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존재에 대한 추구일 것 이다. 즉 시점이 아닌 시간과 경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미로 보는게 맞는 듯 싶다. 우리가 어떤 존재에 대해 닮고 싶어 하거나 부러워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보여준 하나의 특정 결과가 아닌 그 사람 자체가 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완벽함을 결과론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를 위한 수단으로 완벽함이 사용되는 완벽주의는 절대 완벽해질 수 없는 지양해야하는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벽함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들을 통해 그나마 우리는 완벽에 가까워 질 수 있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고, 결국 미뤄왔던 페인팅도 마무리하고 블로그 글도 하나 채웠다. 최종적으로 변화된 집이 아닌, 채워진 글의 갯수가 아닌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조금 더 완벽함에 가까워 지고 있는 걸거다. 조금 더 잘 쓰고 싶지만 피곤함에 글을 정리하면서… 떠오른 말로 마무리 한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불완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