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준비하던 마라톤이 드디어 다가왔다.
피로는 좀 쌓여있었지만,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들었던 팁에 따라 전날 혼자 스파게티도 먹고 당일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에너지바와 포카리로 에너지를 미리 채웠다.
소집은 8시 였으나 행사 시간을 고려하고 날도 쌀쌀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여유를 갖고 출발했다.
도착해서 주변을 보니 참가자들이 엄청 많았고, 첫 참가라 그런지 살짝 들뜬 마음으로 동료들과 시작을 기다렸다.
순서대로 출발을 하는데 참가자에 비해 출발선이 비좁았고 통제가 잘 되지 않아서 인지 너무 혼잡했다.
그래서 이미 출발 했어야 할 하프 주자들이 10km 출발 전에 비집고 들어와서 뛰기도 했는데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드디어 출발, 참가자가 가장 많은 코스인 만큼 출발이 쉽지가 않았다. 사방이 사람이라 피해서 나가느라 초반엔 좀 정신이 없기도 했다.
폰도 두고 뛰었고 스포츠 워치도 없어서 페이스를 알 수가 없어 초반에는 동료들과 속도를 맞춰서 적당히 따라갔다.
그러다 초반 3km 정도가 지나면서는 내 페이스를 잡아보려고 앞만 보고 속도를 조금 올려서 뛰기 시작했다. 아마 페이스를 알 수 있었으면 평소보다 빠르구나 싶어서 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느낌상으로만 뛰다보니 연습 때 속도로 뛰어도 실제 체감으로는 느리게 느껴졌다. 아마 기록이 예상보다 잘 나온 이유가 이래서이지 싶다.
4km 이정표가 보이면서 이미 반환하고 6km를 뛰고 있는 선두 주자가 보였다. 이미 그만큼이나 뛰었는데도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히려 워낙 넘사벽이라 뭐 잘 뛰는구나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5km가 근접해 오면서 실제로 10km를 완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걱정이 많이 됬었다. 그래서 나름 적당히 힘든 만큼만 유지하면서 반환점을 지나고 혼자 머릿속으로 마지막 2~3km에 속도를 내자 생각하고 달렸다. 개인적으로는 ‘습습후후’하고 끊어서 쉴 수 있으면 아직은 여유가 있는 시점인 듯 했다. 그러다 조금씩 힘이 들면 들숨의 간격이 모호해지고 결국은 ‘습~후후’나 ‘습~후~‘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습습후후를 유지할 만큼만 페이스를 유지했다.
6km를 지나면서 부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변에 같이 달리는 사람들도 지친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이 와중에 속도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속도를 내기엔 아직 아닌 것 같아 느려지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앞사람들을 따라갔다.
어느정도 지나고 종합운동장이 보였고 완주는 하겠구나 싶었는데 남은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속도를 내고 싶지만 숨은 차고 잘못하면 막판에 쳐질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침 앞에 뛰는 한 여성분이 적당히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따라가다 후반에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바짝 붙어 뛰었다. 그러다 서로 의식이 된건지 몇 번을 서로 앞으로 치고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운동장쪽으로 진입하는 터널이 보였다. 지나면 운동장이 바로 나오는 줄 알고 착각해서 잠시 속도를 올렸는데 아직 좀 남아있는데다 심장이 무리가 가는게 느껴져서 다시 속도를 늦췄다. 아직 다리는 멀쩡한데 더 빨리 뛸 수 없는게 좀 아쉬웠다. 그리고 좀 지나니 정말 운동장 입구가 보였고 입구를 지나치고 결승선이 보이자 마자 미친 듯이 달렸다. 그 때 따라잡은 사람들이 5~6명은 되는 것 같다. 한 분은 정말 쓰러지기 직전 모습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빠르게 옆을 지나쳐서 들어갔다.
결승선을 통과하자 기록측정 소리가 삐하고 들렸고 바로 주저 앉아서 시계를 돌아봤다. 그 때가 아마 49분이 살짝 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만 더 뛰어서 48분대로 들어올 걸 아쉬운 마음으로 기록증을 받았는데, 기록은 출발선을 통과한 시점부터 측정이 되는지라 시계보다는 좀 더 빠르게 나왔고 최종기록은 48분 24초로 되어 있었다. 동료들과 얘기했던 55분 목표와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웠던 50분 목표를 달성해서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만 더… 라는 아쉬움도 살짝 남았었다. 이 아쉬움이 다음 마라톤을 참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생에 첫 마라톤을 참가하면서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잘 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중에 여자들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두번 놀랐다. 83세에 풀코스를 매 주 달리는 할아버지도 계시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다.
나름 준비한다고 매주 연습도하고 했는데 처음 치고는 결과도 만족스러워서 다행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연습 때 마다 느꼈지만 다리는 더 달릴 수 있는 상태였는데 그러지 못한게 아쉬웠다. 20대에는 다리가 저릴 때까지 뛰어 다녀도 그런 적은 없었는데… 헬스장 다니면서 다리 근력운동은 병행 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운동을 쉰 탓에 심폐지구력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오랜만에 달리는 맛을 느껴봤고 마라톤에 대한 흥미도 생긴만큼 올해 목표는 10km 2번 참가였지만, 매달은 아니더라도 격달로라도 참가해 볼까 싶다. (이번 대회 100위가 43분인가 45분인가 였던 것 같은데 올 해 안에 45분을 목표로)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