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은 거절한다. "Accepted"
2019/08/11 23:51
내 인생 가장 많이 본 영화
#Accepted#06학번#대학교

내가 가장 즐기는 취미 중의 하나가 영화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건 처음 영화관에 갔던 중학교 때 부터 였던 걸로 기억한다. 난 깊이 있게 본다기 보다는 다작으로 많이 보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은 왓챠 기록엔 영화가 1,700편이 넘어섰다. 참 많이도 봤지만 한 번 본 영화는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다시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중에도 유별나게 여러 번 본 영화가 두 편 있다. (항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하나는 건축학개론. 첫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인지 건축학 개론이 나온 시점에 집중적으로 몰아서 봤던 것 같다. 아마 5번 이상? 10번은 안되는 정도 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본 영화. 아마 오늘까지 합쳐 20번 정도는 봤을 것 같은 영화가 있다. 바로 억셉티드다. 이 영화에 대해 소개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나중에 알았지만 06학번,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만들어 졌다. 그래서 더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억셉티드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실망하는 부모님을 속이려 위조한 합격통지서를 시작으로 점점 일이 커져 가짜 대학교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바틀비 게인즈는 지원한 대학교 8곳에 모두 떨어졌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대학 4년 동안 학비를 쓰느니 그만큼을 벌겠다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하다가 당연히 안좋은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결국은 근처의 명문 대학인 South Harmon의 합격 통지서로 South Harmon Institute of Technology(S.H.I.T)라는 새로운 대학을 만들어 합격통지서를 위조한다.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시작한 일이 폐쇄한 정신병원을 빌려 가짜 학교 건물을 만들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클릭만 하면 합격인 홈페이지 덕분에 학생들(다른 곳에서는 모두 떨어진)이 오리엔테이션에 모여들게 된다.

일을 수습하기 위해 모두를 돌려보내려 모인 강당에서 자신처럼 다른 곳에서 모두 거절당하고 온 학생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오히려 가짜 대학을 진짜로 바꿔버린다. 그리고 대학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았지만, 예상외로 대학은 자신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취업을 위해 맹목적으로 학점에 목매는 학생들, 빡빡한 일정과 과제들, 정작 듣고 싶은 수업은 듣지 못하는 여주인공 모니카, 그리고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절친 슈레이더.

이에 실망한 주인공은 학생들에게 직접 원하는 과목을 물어보고 그들이 직접 가르치는 커리큘럼을 실행한다.(내가 좋아하는 오픈컬리지와 비슷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학생의 학비는 요리에, 조각, 명상, 스케이드보드, 심지어 초능력까지. 그들이 직접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서로 가르치며 배워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평탄하기만 하면 영화가 아니겠지. 안타깝게도 앞뜰을 만들기 위해 S.H.I.T의 부지를 사려던 South Harmon의 교육 관계자들에 의해 모든 행각이 들통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했던 교육과정을 대학교로 인정받기 위해 교육과정 심문 위원회를 신청하게 된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이 심문회 과정에 담겨있다. 닮은게 하나도 없는 학생들을 강제로 모두 같은 모습으로 만들길 원하고, 대학을 좋은 직장에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만 여기는 기존의 대학에 대해 주인공은 말한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 자랑스럽다고. 대학이 왜 그래야만 하는건지 반문한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서로 같이 존재 할 수 없는지 말이다. 오히려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뺏아간 당신들이 잘못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부 직원에게도 말한다. 당신의 꿈은 어릴 때 부터 교육부 직원이었냐고. 마술사나 화가, 시인 혹은 세계일주만 하고 싶지 않았냐고 말이다.

자신도 자포자기로 시작한 일이 정말 놀라운 일이 되었다고 한다. 인생은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인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교육은 선생이나 시설, 화려한 전통이나 돈은 필요없다고. 그저 자신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고. S.H.I.T에는 그런 사람들로 넘쳐나고 인정 없이도 계속해서 배우고 자랄 것 이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원회는 결론을 내린다. 혁신을 거부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며 1년 간의 유예기간을 준다. 그리고 위원장은 주인공에데 다가와 말한다. 자신은 트롬본을 하고 싶었다고. 그렇게 모두 환호하고 다시 학교는 운영되고 주인공도 실망이 가득했던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초능력을 원했던 학생이 South Harmon 학장의 차를 폭발시키며 영화는 끝난다.

나는 왜 이 영화를 좋아했을까?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억지스럽고 비현실 적인 면이 많고, 미국에서도 그렇게 많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이상하리 만큼 한국에서는 평이 좋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스토리,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어찌보면 흔한 킬링타임용 영화에 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단지 교육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냈다. 그것도 너무나 이상적으로.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의 발언들은 속시원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한 때는 꿈이 학교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정도 였지만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언제부턴가 교육에 관심이 생겼고, 오히려 난 반대 학교의 방식에 더 가까웠던 것 같지만 S.H.I.T의 교육 방식에 매우 공감이 갔다. 오픈컬리지가 없었다면 직접 해보고 싶을 정도 였다. (오픈컬리지 외에도 열정대학이나 비슷한 서비스들이 생기기도 했다.) 어릴 때 부터 해보고 싶고 관심은 있는 건 많았으나 막상 틀에 갇혀 시도는 못 했던, 그래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집중이 안되고 생각이 많아질 때 면 이 영화를 보곤한다.(물론 처음의 그 감동은 다시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충분히 볼 만 하다.) 우연히 생각나서 본 김에 책 대신 영화에 대해 정리를 해봤다. 글에 나타난 것 보다는 더 많은 생각과 감정을 들게 했던 영화라,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고 원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추천을 조심스럽게 해 볼만 할 것 같다.